나의견해

우월한 유전자, 동물적인 감각

CICCIT 2020. 5. 6. 10:16

우월한 유전자, 동물적인 감각

 

팬텀싱어3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천재로 밖에 설명되지 않는 이들의 노래는 언제나 가슴을 울리는 뭔가가 있다. 진정한 예술의 힘이겠지... 악기를 전공한 부인과 그 얘기를 하는데 부인이 이런 얘기를 한다. 악기는 재능이 좀 떨어져도 열 시간이고 스무 시간이고 연습해서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 있는데 성악은 성대에 무리를 주면 안 되기 때문에 연습시간을 늘리는 데에 한계가 있고 결국 타고난 유전자와 목소리가 성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친단다.

 

최근 증시에 투자하거나 투자를 문의하는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 자본시장에 변동성이 커지면 큰 손실을 보는 사람만큼 큰 이익을 보는 사람도 늘어난다. 사람들은 자기가 후자일 거라고 기대하며 자본시장에 뛰어든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투자는 investment와 trading을 합한 말이다. 인베스트먼트는 현재 가격이 실제 가치 혹은 잠재 가치보다 낮다고 판단할 때, 언제가 됐든 그 가치가 반영될 거라고 믿고 하는 투자 행태이고 트레이딩은 실시간으로 돌아가는 각 시세의 흐름을 활용하여 수익을 얻고자 하는 투자 행태이다. 쉽게 말해 인베스트먼트는 가치의 개념이 더 강하고 트레이딩은 시간의 개념이 더 강하다.

 

며칠 전,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다 사줘. 뭘? 코덱스인가? 그거 있잖아 유가 ETF. 다른 사람이었으면 현물과 선물지수의 차이는 알고 있느냐? 유가선물은 매달 만기가 도래하는 걸 알고 있느냐? 지금 상황에서 롤오버 비용이 얼마인지 아느냐? 등등 투자의 위험을 얘기했겠지만 이 분에게는 딱 한 마디만 했다. 지금 다 사면 되지? 그러고 오늘 아침에 지금쯤 팔면 어떨까 할 때, 다시 전화가 왔다. 다 팔아줘. 역시 한 마디 뿐. 수익률 +48%.

 

별 말 없이 이 분이 하라는 대로 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분이 경제나 투자, 트레이딩 등에 충분한 지식을 갖고 있어서가 아니다. 이 분이 바로 트레이딩에 동물적 감각을 타고난 사람이기 때문. 이 분의 트레이딩은 항상 이런 식이다. 그냥 느낌이 오는대로 사고 팔 뿐이다. 항상 이런 식으로 사서 수익을 보는 것은 아니다. 마음이 바뀌면 바로 판다. 어떤 때는 빠지면 더 사고 어떤 때는 빠지면 팔아치운다. 어떤 때는 안 올라서 지겹다고 팔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안 오르면 잘 됐다고 더 사기도 한다. 그걸 좌우하는 것은 철저한 그의 감, 느낌이다.

 

오르면 사고 싶고 빠지면 팔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라 트레이딩은 늘 어렵다. 찰나를 놓치면 만회할 기회도 없고 오랜 시간 연습해도 답도 없는 게 트레이딩이다. 성악이 그렇듯, 트레이딩이야말로 타고난 유전자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우월한 유전자와 동물적인 감각이 아니면 노력해도 성공에 이르르기 너무 어려운 분야가 아닐까?

 

대부분 investment를 말하지만 trading를 하고 있다. 상당수는 본인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조차 생각해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좋지 않은 목소리와 음감을 갖고 성악에 올인하는 인생은 참 고달플 것이다. 언젠가 응답할 거라는 믿음으로 쏟는 노력을 투자에 쏟았다면 어느 수준에는 이미 도달했을지도 모른다. 시장이 참 이상하다. 왜 하필이면 그 때. 이런 생각이 든다면 트레이딩은 빨리 접는 게 좋다. 그 길이 나의 길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