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에 벌어질 일 - 1. 미중 무역분쟁
2019년 새해에 벌어질 일 - 1. 미중 무역분쟁
아시안컵이 시작했다. 첫 게임 필리핀 전. 필리핀은 농구의 나라가 아니었던가. 볼 필요가 있을까?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5:0이지 않을까? 아예 잊고 있다가 전반이 끝나고 기억이 나서 TV를 켰다. 0대0? 아직 경기 시작 전인가? 아니다. 실제상황이었다. 오호... 그래? 그 유명한 에릭손 감독이 필리핀을 맡더니 많이 달라진 것 같다는 캐스터의 설명이 들린다. 오... 실제로도 꽤 잘 한다. 어이쿠 이러다 잘못하면 먹히겠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최악의 순간을 계산할 시점인걸까? 하고 생각하는 순간, 간신히 한 골이 터진다.
일정 수준 이상 실력 차이가 나면 따로 특별한 전략은 필요하지 않다. 그냥 경기 시작과 함께 무차별 공세를 퍼붓는 게 전략이라면 전략이다. 그러나 실력 차이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좁혀들면 무차별 공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오히려 무차별 공세로 나의 허점이 노출되며 상대에게 역공을 허용하게 된다. 역공을 허용하면 나도 피를 흘려야 한다. 그동안 필리핀 축구는 전자였기에 우리는 이전과 같은 무차별 공세를 펼쳤으나 상황은 후자 쪽으로 흘렀고 이기긴 이겼으나 우리도 피를 많이 흘렸다.
몇 해 전, 소셜커머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셜커머스 업체 중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하며 대규모의 물량 공세를 쏟아부었다. 미국의 아마존처럼 기존 유통시장을 뒤흔드는 게 아니냐는 기사들로 언론이 도배되었으나 정작 기존 유통 공룡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세계, 롯데, ... 다들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로켓배송의 강점은 1.빠른배송 2.친절한 쿠팡맨 3.무료배송비 정도인데 쿠팡의 로켓배송 이후, 택배사의 서비스 품질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었다. 당일배송, 익일배송이 보편화되었고 택배아저씨들 누구나 문자로 먼저 안내해주고 배송 후에도 문자를 준다. 온라인 쇼핑에 배송은 필수라 배송비는 쇼핑몰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수령하지 않는 비용이지만 소비자에게는 어차피 제품값에 합산하는 개념이다. 제품 가격이 충분히 싸다면 배송비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시간이 흐르며 쿠팡의 차별점은 흐려졌고 쿠팡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14년 -1206억, 2015년 -5252억, 2016년 -5602억, 2017년 -6713억을 손해봤다. 소프트뱅크가 10억불을 투자한 게 2015년 6월이니 그 돈은 이미 다 쓰고도 더 썼다. 작년 하반기 SVF(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20억불의 투자금액을 유치했다. 손정의가 돈을 더 넣었네, 어쨌네 많은 언론이 떠들었지만 이 딜이 있기전, 소프트뱅크는 SVF에게 2015년 투자하며 취득했던 지분을 7억불에 넘겼다. 소프트뱅크와 소프트뱅크펀드는 다른 기업이다. 같은 곳에서 추가로 투자를 유치한 게 아니라는 얘기이다.
나와의 승부가 아닌 상대방이 있는 게임을 할 때, 가장 중요한 단어는 약점이다. 나의 약점을 어떻게 보완하고 상대의 약점을 어떻게 공격하느냐가 곧 승부이다. 대책 없는 무차별 공세는 무수한 약점을 양산하기에 속전속결로 끝내지 못하면 그 승부의 루저는 내가 된다.
쿠팡이 소프트뱅크의 1조원을 쓰는 동안, 신세계와 롯데에게는 쿠팡보다 더 싸게, 더 빠르게 배송할 능력이 없었을까? 아니, 못한 것이 아니라 안한 것이다. 전략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쿠팡은 그 현금을 쏟아부어 단기에 성과를 내야 하지만 신세계와 롯데는 사업에 의한 현금창출능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다. 제 풀에 꺾일 쿠팡에 맞대응하느라 같이 피를 흘릴 이유가 없었다. 이제 쿠팡에게 20억불의 총알이 더 생겼지만 물량공세는 애초에 잘못된 전략이 아니었을까? 20억불이면 4~5년은 더 쏠 수 있는 양이지만 그 돈이면 충분할까? 결국 현금창출이 없는 소모전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닐까?
2019년, 미중 무역분쟁이 화두이다. 미국과 중국은 함께 갈 수 없는 운명이다. 원래 지존은 한 명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위치를 차지하면 달러는 힘을 잃고 미국 경제는 무너진다. 중국이 미국을 극복하지 못하면 더 이상의 경제성장은 어렵다. 이 미 개발 경제가 한계에 이른 상태에서 금융패권을 갖고 오지 못하면 중국의 경제는 서서히 죽어갈 것이다. 이들의 싸움은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이 아니다. 언제 싸울 것이냐의 선택만 남아있을 뿐. 어차피 중국이 먼저 할 수 있는 싸움도 아니다. 애초에 미국이 어느 시점을 선택하느냐의 문제만 남아있던 거였다.
경기는 순환한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다. 모두가 좋을 때 싸우면 상대방도 끝까지 응전할 것이다. 배가 부르니 쉽게 나가떨어지지 않고 버틸 것이다. 인구 15억의 내수시장을 갖고 있는 중국이 버티면? 생각만 해도 벌써 골치가 아파온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져서 먹고 살기가 난망해지면 상황은 바뀐다. 미국도 힘들지만 미국보다 중국이 더 힘들어진다. 미국은 그 때를 노릴 것이다.
중국이라고 이걸 몰랐을까? 이미 중국도 이런 부분을 인지하고 있었다. 경제개방과 함께 값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단시간에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며 큰 경제성장을 일궈냈지만 동시에 중국의 경제는 서구 세계에 예속되어 갔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중국은 경제의 중심을 내수로 돌리기 시작하는데 여기에서 두가지 큰 문제가 발생한다. 우선 한계에 달한 경제성장률을 지켜내야 했고 내수 부양으로 인한 부가 중국 국내에서 중국 경제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 되어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야 했던 것.
중국의 소득 수준과 소비 시장이 충분히 성장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한데 그 전에 세계 경기가 꺾여서 중국의 생산 경제가 훼손되면 중국 경제는 침체를 맞게될 것이다. 이에 중국 당국은 각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엄청난 규모의 건설 경기를 일으킨다. 막대한 땅덩어리 여기저기에 사람이 살지도 않을 아파트 단지와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 우리는 시장성이 없으면 계획조차 안 될 일이지만 중국에서는 가능했다. 민간에 분양하지 않고 지방 정부가 사줬기 때문인데 중앙 정부가 은행을 통해 지방 정부에 엄청난 수준의 자금을 대출해줬기 때문이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은 경제의 중심을 수출에서 내수로 돌리는 작업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해외 기업들의 진입을 막아 국내 기업들을 집중 육성하고 지방정부를 통해 경기를 부양했다. 이들 사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갔고 그 자금은 부채로 조달되었다. 글로벌 경기가 꺾이고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자금이 줄어드니 그만큼의 자금이 더 필요해지는데 부채를 더욱 늘리기는 점점 부담스럽다. 국내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한계라면 해외에서라도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해외 자금을 조달하려면 위안화를 강세로 유지해야 하는데 경제가 어려워지니 환율은 자꾸 빠지기만 한다.
2015년 이후, 미국은 경기호황을 바탕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다. 미국은 금리를 인상하면서도 흔들림없이 호황을 이어갔지만 중국은 해외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한다. 강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필리핀의 체력이 떨어지는 그 시점, 풍부한 총알로 무차별 공세를 퍼붓는 쿠팡의 현금에 바닥이 보이는 그 시점이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즈음, 대통령에 당선된 자가 바로 도널드 트럼프이다. 도널트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미국 내에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쓰며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에서 생산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정책을 쓴다. 경기가 위축되는 시기에 미국 시장의 문을 닫아 미국부터 챙기겠다는 이른바, AMERICA FIRST이다. 연준의 금리인상과 트럼프의 정책이 더해지자, 중국은 이중고를 맞게 된다. 금융으로도, 실물로도 돈이 들어오지 않는 것.
그럼 미국과 중국 각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미국이 원하는 것은 중국 시장의 개방이다. 미국의 소비로 중국에 제조업 기반을 제공하고 있으니 미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인터넷, 소프트웨어, IT와 금융시장을 개방하라는 것이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바로 돈이다. 지방 정부의 부채가 중국 경제를 무너뜨리지 않게 돈을 넣어달라는 것이다. 미국은 시장부터 열기를 원하고 중국은 돈부터 넣어주기를 원한다. 그러나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양측은 어디에선가 합의점에 이르를 것이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미국보다 더 급하기 때문.
오늘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나러 중국에 갔다. 북한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때 쓰는 카드이다. 22~25일 다보스포럼에 중국 왕치산 중국 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분쟁 관련 회담을 가질 예정이니 그 전에 북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상반기 내에 트럼프와 시진핑의 미중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데 서로 적당한 선에서 타협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타협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것.
원래 오늘 다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또 길어졌다.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다시 써야겠지만 귀찮으면 안 쓸지도 모르겠다. 이미 매우 지침.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