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견해

한국의 2019, 닛폰의 2019 (feat. 쭝궈)

CICCIT 2019. 9. 4. 10:04

한국의 2019년과 닛폰의 2019년과 쭝궈의 2019년은 다르다.

 

 

<일인당 국내 총생산>

국가 천조국 캥거루 쭝궈 불란서 홍콩 독일 이태리 닛폰 한국
5천불     2012           1984
1만불         1980     1962 1993
2만불 1964 1963 구매력 기준, 5천불 2005년, 1만불 2011년, 19년  16186불 1978 1992 1971 1974 1972 2007
3만불 1984 1981 1988 2007 1988 1989 1985 구매력 기준, 2000년 2만불, 2010년 3만불.
4만불 1997 1997 2005   2006   1995
5만불 2007 2007 구매력 기준, 한국 36776, 닛폰 39293.
2018 54541 56919 7755 43663 38784 47501 35391 48919 26761

구매력평가 기준 일인당 국내 총생산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각국의 물가 수준도 계산에 반영한 거란다.) 실제 데이터는 1990년 정도부터 있는 듯 하다. 닛폰은 1990년 이미 구매력 기준 3만불이 넘는다. 우리는 2010년에 넘었고 미국은 1990년 이미 37000불쯤 된다. 

 

한국과 일본의 구매력 평가 기준, 2018년 일인당 국내 총생산은 36776과 39293이다. 직접 일본에 가보면 생활 수준도 비슷하고 물가도 비슷하다. 이런 데에서 이제 일본도 별 것 아니다...라는 자신감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닛폰을 진정 극복하고 싶으면 이렇게 감으로만 보지 말고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닛폰 일인당GDP가 3만불을 돌파한 시점은 1985년이다. 독일, 이태리, 프랑스보다 빠르고 미국 1984년과도 비슷하다. 2만불 돌파 시점은 미국보다 8년 늦었고 독일, 이태리와 비슷하다. 1972년부터 1985년 사이 유럽 각국을 멀찌감치 떨어뜨리고 미국을 따라잡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4만불 돌파 시점은 오히려 미국보다도 2년 빠르다. 1985년은 그 유명한 플라자합의가 있었던 해이다. 1985년 달러당 엔이 250이었는데 1995년 85이다. 경제의 눈부신 성장이 없어도 달러로 계산하는 인당GDP는 엄청 올랐을 것이다. 구매력 기준으로 보면 일본은 1985년부터 지금까지 3만불 대를 맴돌고 있다. 아직도 4만불을 돌파하지 못했다. 구매력 기준을 일일히 찾기 귀찮아서 안 찾았으나 프랑스, 이태리 등의 유럽 국가들도 비슷해 보인다. 특히 이태리는 인당 GDP가 아직도 4만불에 도달하지 못 했다. 1989년 3만불을 넘었는데 현재 35391불이다.

 

그 유명한 저성장이다. 미국과 호주는 이 와중에도 4만불, 5만불을 차례로 등정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유럽은 대부분 일본의 길을 따라갔다. 대략 30년이다. 그 때 태어난 이들이 30살이 되었고 그때 10살이었던 이들은 지금 40살, 20살이었던 이들은 50살이다. 사회 주도층으로 부상되는 이들이 겪은 세계는 고성장 시대를 겪은 전 세대들과 확연하게 다르다. 저성장을 겪으며 가성비, 각자도생이 중요해졌다. 당연히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화되었고 반대로 상대방에 대해서도 프라이버시를 존중한다. 우리가 구매력 기준 3만불을 돌파한 것은 2010년. 코스피가 사상 최초로 2000을 등정했던 해이다. 지금 주가지수는 1969. 우리도 9년째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일본이 먼저 겪고 유럽이 뒤를 이은 고령화, 저성장 국면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일본에서 1975~1990년에 태어나 현재 3040대인 이들은 대략 우리나라에서 2000~2010년 출생한 이들이 아닐까 한다. 중국에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

 

닛폰의 2019년과 한국의 2019년과 쭝궈의 2019년은 다르다. 닛폰의 2019년은 한국의 2030년 이후일 거고 쭝궈은 2050년? 쭝궈는 확언하기 어렵다. 쭝궈가 미국이나 호주처럼 성장을 지속하게 될지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저성장이 확정적이고 닛폰보다 훨씬 더 심하고 빠르게 망가지고 있다. 저성장의 여파도 훨씬 더 클 걸로 본다.

 

 

프랑스에서 당선된 마크롱 대통령은 1977년생이다. 일본에서 차기 주자로 손꼽히는 고이즈미 중의원은 1980년생이다. 이태리에서 10년 만에 제 1당이 된 오성운동의 당수, 루이지 디 마이오는 1986년생이다. 그러나 그들을 우리나라의 그 년생이라고 보면 큰 오산이다. 그들 경제의 전성기인 90년 전후를 미성년으로 맞이했다. 엄마, 아빠 돈으로 원래 다 그렇게 사는 건 줄 알고 고기도 먹고 아보카도도 먹고 거위간도 맛보고 성게알도 맛보고 살다가 성인이 되어서도 엄마, 아빠에게 얹혀 사는 외에는 알바 밖에 할 일이 없다. 희망보다 절망이 익숙하고 미래보다 현재에 관심이 많아진 세대.

 

고성장의 과실을 독점한 부모는 이제 늙었고 기나긴 저성장에 지친 시대도 변화를 갈구한다. 이런 토대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그들의 3040대. 

 

한국의 기득권층은? 유신세대와 586세대. 지들끼리 서로가 서로에게 적폐니 빨갱이니 하고 허구헌날 싸우지만 둘 다 그냥 낡은 세대이다. 일본과 가장 큰 차이라면 일본은 50년대부터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고 한국은 60년대까지도 지지리도 못 살았다는 것. 그래서 일본은 20년대생, 30년대생, 40년대생이 50년대, 60년대, 70년대의 성장의 과실을 독점했고 50년대생, 60년대생이 윗 세대에 기생하며 성장의 과실을 나눠먹었지만 한국에서는 경제 고성장이 시작된 70년대에 20년대생은 이미 50대였다. 자연스럽게 그 과실은 당시 30대였던 40년대생과 그 뒤를 잇는 50년대생에게 돌아갔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60년대생, 70년대생들이 일본의 50년대생, 60년대생들처럼 윗 세대의 콩고물을 주워먹으며 흘러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한국의 60년대생은 일본의 50년대생과 많이 달랐으니 한국은 분단국가이고 일본은 형식적으로나마 왕이 지배하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전쟁 이후, 분단국가라는 한국의 특성은 더욱 강화되었고 2차대전을 일으킨 일본의 천황은  살아남으며 하나의 일본을 가능케하는 정신적 토대가 되었다. 사실 열도는 지역마다 갈기갈기 찢겨서 서로 어마어마하게 치고 받고 싸우던 지역이다. 오히려 반도가 고려, 조선 1천년 동안 하나의 나라로 이어오던 지역인데 이런 상황이 20세기를 지나오며 달라진 것이다.

 

반도는 분단국가이면서 크나큰 전쟁을 경험했기에 군부의 힘이 강해질 수 밖에 없었고 열도는 2차대전의 원흉이라 군사력을 법으로 제한받게 되었으니 군부의 힘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반도에서는 군부를 장악한 이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았고 그 권력을 유지하게 위해 또다시 총칼을 쓰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한국의 60년대생은 20대를 이들을 보며 지나왔고 시대의 양심을 대표하며 이들과 맞서 싸웠다. 이들의 대립은 격화되었고 마침내 1987년 6월, 군부는 이들에게 굴복하게 된다.

 

이러한 강렬한 경험을 갖고 60년대생들은 민주화된 사회에 진출하게 된다. 그러나 정치제도가 민주화되었다고 시대의 문화라는 게 한 순간에 바뀌는 것은 아니다. 민주화 사회를 위해 싸운 것과 별개로 직급과 나이에 따른 수직적인 문화 또한 60년대생들이 지니고 있는 또다른 특성이었고 진보좌파를 표방하고 노동해방을 부르짖으면서도 민족주의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이들의 특성도 변하지 않았다.

 

이들이 사회에 진입하고 10년 여가 흘렀을 무렵, 또 하나의 큰 사건이 이 나라를 흔드는데 1998년에 있었던 바로 IMF 구제금융 사태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무너지고 수많은 근로자들이 구조조정이라는 이름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명퇴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것도 이 때인데 명퇴는 특히 부장, 차장급 시니어들에게 집중되었다. 이런 현상은 60년대생들에게는 또다른 기회로 작용한다. 시니어들이 줄줄이 명퇴하면서 당시 주니어였던 이들에게 기회가 돌아가게 되는 것.

 

IMF 사태를 빠르게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썼던 대표적 정책은 1.대기업 위주의 성장 2.벤쳐기업 육성이었는데 1번은 환율과 맞물리며 대기업의 영향력을 대폭 확대시켰고 2번은 인터넷 분야의 새로운 재벌을 낳게 했다. 1번에서 수출 중심의 대기업들이 低원화를 바탕으로 대규모 실적을 내자 명퇴된 시니어들의 자리를 채웠던 86세대들은 그 수혜를 고스란히 받게 되었고 2번에서도 86세대들이 정부의 벤쳐 육성 방안의 수혜를 입게 되었는데 얼마간의 사회 경험과 인맥 인프라를 갖고 있으면서 인터넷 환경에 대한 이해가 뛰어난 이들이 바로 30대들이기 때문이다. 2000년을 기준으로 70년생이 30세, 60년생이 40세이니 86세대는 IMF 사태라는 사회의 큰 변화를 계기로 30대의 나이에 전격적으로 사회의 주도권을 잡게 된다. (정치권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를 계기로 탄돌이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한 시기도 이 즈음이다.)

 

결국 일본의 40년대생이 한국의 60년대생이며 현재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일본의 30대는 한국의 10대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40년생, 50년생, 60년생, 70년생은 2019년 각각 79세, 69세, 59세, 49세이다. 일본의 기득권 층은 이제 힘 다 빠진 70대이지만 한국의 기득권 층은 아직도 한창인 50대이다.

 

한국의 3040은 지난 촛불시위를 겪으며 적폐청산을 통해 낡은 기득권을 몰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50대인 86세대들에게 적폐는 당연히 자신들을 포함하지 않는 개념이었다. 40년대, 50년대 유신세대를 몰아내는 데에는 한 마음이었지만  모든 기득권은 86세대가 독점했고 그들은 3040이 기대한 이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 20년 넘게 쥐고 있는 기득권에 취한, 이미 40년대, 50년대 세대보다 더 큰 힘을 갖고 있는 꼰대였을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3040을 이루고 있는 7080년대생들이 86세대를 극복하고 이 사회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높은 확률로 어렵다고,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1. 한국의 저성장은 시작한지 아직 10년 미만으로 때가 무르익지 않았고

2. 86세대는 아직도 50대로 사회 전방위에 걸쳐 건재하며

3. 40대를 이루는 70년대생들은 86세대의 콩고물을 주워먹으며 이미 일정부분 운명공동체이고

4. 30대를 이루는 80년대생들 또한 어느 정도 윗 세대의 콩고물을 주워먹을 세대이기 때문이다.

 

지금 20대인 90년대생들은 팍팍한 삶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대부분은 좌절이 습관화되며 사회에 나름의 방식으로 적응해 살겠지만 일부는 그 불만을 표출하며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부상할 것이다. 그래고 00년대생들의 전폭적 지지로 그런 흐름이 더 큰 동력을 갖게 될텐데 00년생이 30살이 되는 시점이 2030년이니 아직 이런 흐름이 가시화될 시점은 10년 이상 남은 걸로 보여진다.

 

한국의 2019년은 일본의 2019년이 아니며 일본의 2019년은 한국에는 빨라야 2030년 이후에 도래할 것이니 지금은 일본의 2000년 이후를 공부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