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

CICCIT 2020. 1. 12. 14:05

작가 김동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는 김훈, 조정래, 공지영, 김진명 등과 같은 전문 이야기꾼도 아니고 김성근, 김동연, 유시민 등처럼 인지도를 바탕으로 베스트셀러를 써낸 사람도 아니다.

그를 만난 건 책을 읽다가였다. 어려서 책을 좋아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자존감을 느끼려 책을 찾는 것 같다. 뭔가 책과 가까운 존재라는 느낌이 내게 위안을 준다. 의도가 불순해서인지 좋은 책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잘 읽히는 책은 깊이가 없고 있어보이는 책은 쉬이 읽히지 않는다. 그러던 중 그의 책,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을 만났고 단숨에 읽어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곧바로 그의 다른 책,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잦아읽었고 그의 블로그 독자가 되었다.

모두 같은 달을 보지만 서로 다른 꿈을 꾼다는 그의 세번째 책이다. 가물가물 얼굴 아는 정도이지만 그와 아는 사이가 되었고 책을 그에게 직접 받았다는 게 이전과 달라졌을까? 내게 있어 예전과 의미있게 구분되어야 하는 점은 이미 책의 내용을 읽어서 알고 있었다는 점일거다.

이미 읽었던 내용을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면서 두 가지를 깨닫게 되었는데 별개로 느껴지던 챕터들이 사실은 큰 흐름을 갖고 있는 하나의 이야기로 존재하고 있었고 그 큰 흐름을 느끼며 읽을 때 훨씬 더 큰 울림을 준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깊이 있는 통찰에 의한 진리에의 접근은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맛보아도 그 맛이 덜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노화에 의한 기억력 감퇴 때문인지 처음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내용도 꽤 있었는데 그게 앞에서 언급한 큰 줄기 아래의 연결과 연속성을 느끼며 읽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시 느꼈던 울림을 행동으로 옮겨서 체화했다면 이렇게 망각의 파고에 휩쓸리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자성도 들었지만 나의 자존감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애써 무시하는 걸로...

역시 좋은 글은 힘이 있다. 이 나라에는 감정을 건드려 선동에 이르는 글이 힘있는 글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풍토에서 사장되기엔 너무 아까운 그의 글이다. 그의 글에는 삶의 본질을 추구하며 가짜에는 조금의 한눈도 팔지 않는 시선과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도 깊은 울림을 주는 통찰이 있다.

문득 유시민이 아니라 김동조가 베스트셀러 작가인 나라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나라는 얼마나 좋은 나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