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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 가는 길이었다. 아내와 통화를 한지 얼마안됐는데 다시 전화가 오다가 금세 끊겼다. 잘못 눌렀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골프장에 도착해서 연습 퍼팅하고 있는데 또 전화가 온다. 그러다가 또 금세 끊긴다. 뭔가 평소같지 않아서 전화를 했다. 열살 먹은 아들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다쳤단다. 연락을 할까 말까 망설여져서 걸었다 끊었다 했나보다. 집앞 정형외과 전문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종합병원으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했단다. 많이 다쳤어? 그렇긴 한데 처제가 와서 딸을 봐주고 있어서 괜찮단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를 달라고 하고 끊었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남자애들 다치는 거야 다반사겠지 했다. 12번홀에 진입하면서 전화기를 확인했더니 어깨탈골, 쇄골골절, 인대파열 의심, 지금 수술중이라고 톡이 와 있었다. 그냥 다친 게 아니구나. 상황이 인지가 되기 시작했다. 동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짐을 정리해 병원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기도를 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지향은 항상 불분명. 그냥 그게 뭐든 잘 되게 해주세요. 뭐가 잘 되는 건지도 몰라서 지향을 분명하게 걸 수는 없다. 우리네 인생은 항상 그렇다. 뭐가 잘 된 건지, 뭐가 잘못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으니.. 그래서 신을 믿는다는 것, 신에게 의지한다는 것은 신이 최선의 것을 줄거라고 맡기는 것일테다. 기도가 신과의 대화라면 결국 기도의 지향은 분명, 아니 구체적일수가 없다. 분명하긴 하지만 추상적이다. 그게 뭐든 잘 되게 해주세요. 항상 그랬듯이. 그게 뭔지는 신만 알고 있을테니.. 지나고나서 잘 된 건지 확신할 수 없던 때도 부지기수이다. 그냥 시간이 더 흐르면 언젠가는 이게 최선이었다는 걸 알겠지.. 하고 생각할 뿐. 최선의 것을 주려면 최악의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지, 왜 어떤 불행이 벌어진 다음에 불행 중 다행을 빌어야 할까 싶을때도 역시 부지기수. 이또한 어렴풋이 알 것 같기는 하나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로사리오가 참 길었다. 한창 할 때는 몇 분이면 끝냈던 것 같은데 버벅버벅, 했던 걸 또하고 했던 걸 또하고. 기도를 마치고 아내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빠졌던 어깨를 끼우니 부러진 뼈가 우연치 않게 맞아들어가서 수술할 필요가 없다고 했단다. 오늘은 집에 가고 내일 오전에 담당 교수가 출근하니 외래를 다시 보고 확진을 받으면 되는데 담당 의사가 자기 소견으로는 수술 안 받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단다. 아 정말. 다행이다. 곧 만나자.

 

자고 일어나 출근하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다시 상황이 바뀌었다. 담당 교수가 부러진 쇄골이 앞에서 보면 맞춰진 듯 보이나 뒤에서 보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런거지 우리가 뭘 아나. 할 수 없이 수술을 해야 하나 하던 차에 마취과에서 제동을 걸었단다. 아들이 어려서 입술에 핏기가 가시면서 잠드는 증세가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로 인해 이 병원에 입원해서 뇌와 심장 검사를 받았으나 이상없다는 소견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마취과에서 그 사항에 대한 관련 전문의들의 진단 없이 전신마취를 허가할 수 없다는 거다. 최근 다른 종합병원을 소개받아서 심장전문의와 각종 검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 병원에서는 그 검사가 진행되어 있는 다른 병원에 가서 정형외과 진단을 받는 게 빠를 거라고 말하는 거였다. 어차피 담당 교수가 수술이 필요하다고 진단을 내렸으면 다른 종합병원에 가도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 아픈 애를 데리고 다시 가서 진단을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 짜증스럽기도 했다.

 

결국 아내는 아들을 데리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로 했고 안 되겠다 싶어서 나도 회사에 상황을 설명하고 그 회사로 이동하려고 택시를 탔다. 아 어제 수술 들어갔다고 해서 로사리오를 했는데 수술을 안 해도 된다고 했지. 꼭 그래서는 아니지만 또 기도를 했다. 분명하지만 추상적인 지향을 갖고. 병원에 도착해서 상황을 들어보니 예상했던 대로 엑스레이를 새로 다시 여러장 찍었다고 했고 담당 교수가 직접 MRI를 찍으라는 지시까지 내렸는데 대기가 밀려있어서 밤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고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 일단 입원. 한 두 시간쯤 입원실에 있는데 MRI 찍으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예상보다 너무 빠르게 MRI를 촬영하고 입원실로 돌아왔는데 담당 교수가 직접 병실에 왔다. 

 

MRI를 찍게 된 경위를 아주 자세히 설명해하고 현재 어떤 상황인지도 비전문가가 알기 쉽게 설명해줬다. 결론은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는 거고 어깨 탈구는 없었으며 쇄골이 부러졌고 서로 어긋나 있는 것은 맞지만 아직 어린 아이라 부러진 단면이 서로 자라면서 붙을 거란다. 며칠은 아이가 많이 아플텐데 그래도 어깨를 쭉 펴고 있어야 뼈가 좋은 모양으로 붙을테니 보조기구를 꼭 착용하라고 하면서 진통제를 처방해주었다. 그래서 쉽게(?) 퇴원하게 되었다.

 

설마...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먼저번 병원에서 두 번이나 수술을 하려던 순간이 있었다. 그 두 번 기도를 했고 두 번 다 수술은 안 하게 되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른다. 지금도 모르고 영원히 모를 것이다. 그 때는 엄청 놀라고 마음 고생을 했던 일이지만 아기 때 잠들었던 증세가 없었었다면 이번 수술은 진행됐을거다. 가장 최근에 그 증세가 있어서 처음 병원 응급실에 갔었던 게 2~3년 전인데 그 때 라운딩 멤버가 이 날 라운딩 멤버랑 같았던 우연도 있었다. 이번에 몇 분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 분들이 모두 두번째 병원과 관련이 있었다. 심장 검사를 진행하고 있던 병원과 그 분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병원이 같은 병원이었던 것도 우연, 첫번째 병원 담당 교수가 다치자마자 간 날은 비번이었던 것도 우연, 두번째 병원 담당 교수가 도움을 주신 분들과 연이 있었던 것도 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다.

 

수많은 우연이 얽혀서 불행 중 다행이 되었다. 사건이 진행되고 있던 중간중간에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 수 없었고 아마 지금도 모르는 게 더 많겠지만 사건이 진행되고 있던 중간중간에도 마음 한 켠에 이게 최선이라 이렇게 되는 걸거다...는 믿음이 자리하고 있었다. 누가 내게 신의 존재를 믿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나는 상관없다..고 답할거다. 신이 실제로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특정한 존재의 힘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거든, 대자연의 섭리와 이치로 원래 삶은 이렇게 돌아가게 되는 거든, 아니면 그럴듯해질 때까지 우연과 우연이 끊임없이 겹치면서 벌어지는 게 인생이든 상관없다. 그게 뭐든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사랑 그 자체의 존재는 그 대상의 고통을 가능한한 자기 것으로 하려고 할 것인데 문제는 그 대상이 단수가 아닌 복수로  존재하기에 각자의 행복을 위해 서로의 고통이 상충되는 최소한의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며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그 대상의 자의로 선택하지 않았을때 행복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서에 쓰여있듯, 순도 100%의 사랑 그 자체인 존재의 논리가 매우 복잡한 이 세계에서 각자의 행복으로 완성되려면 그 존재의 의지가 바로 구현되는 것을 넘어 그 대상은 자유의지로 그 존재를 이해하고 선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신을 100% 사랑 그 자체인 존재로 이해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자유의지 또한 그 사랑의 산물이다. 하지만 그 자유의지가 다른 곳을 향해 있을때 등 뒤에서는 가만히 기다리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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