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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이해찬 대표가 서울은 천박한 도시라 했다. 파리에 가면 센느강을 따라 아름다운 문화유산이 이어지는데 한강변을 따라서는 이 아파트는 얼마, 저 아파트는 또 얼마 라는 이야기 밖에 할 게 없단다. 그러자 하태경 의원이 그 천박한 도시 박원순이 만들었단다. 여야 주요 정치인들의 이런 논쟁을 보고 있으려니 이 나라의 앞날이 너무 어두워 답답한 마음이 든다.

도시란 무엇인가? 사람이 모여 사는 공간이다. 사람은 왜 모여 사는가? 모여서 사는 것이 여러모로 이득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이득인가?

가장 기본적으로 집적 효과를 들 수 있다. 똑같은 수도, 전기, 도로 등의 기반 시설을 건설해도 모여서 살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하니 효율적이다. 그 비용을 여럿이 나눠내니 이용자에게도 이득이다.

옛날 이야기 중에 두 아들이 각각 부채와 나막신 장사를 해서 날이 맑아도, 흐려도 걱정인 노파의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 주제와는 다르지만 한 도시에 부채 공장과 나막신 공장이 있다고 해보자. 맑고 더우면 부채가 잘 팔릴 것이고 비가 오면 나막신이 잘 팔릴 것이다. 이 도시의 주유소 사장님은 두 공장에 기름을 공급하는데 날씨의 변화에 따라 양쪽에 공급하는 양이 늘었다줄었다 하겠지만 둘을 합한 공급량은 꽤 일정할 것이다. 만일 부채 공장만 있었다면 올해처럼 긴긴 장마가 이어지는 해에는 부채 공장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따라서 주유소 사장님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만일 주유소 사장님이 유일한 거래처인 부채 공장의 주문 감소로 망했다고 하자. 내년에 비없이 덥기만한 여름이 와도 부채 공장은 다른 주유소에서 기름을 공급받아야 한다. 운송비가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는 뜻이다.

주유소 사장님만 그럴까? 식당 아줌마, 원자재 업자, 구두닦이 등등 모두가 그렇다. 그래서 도시에 사람들이 모이는 것이다. 도시 무용론을 이야기할 때, 항상 예로 드는 것이 대도시에는 항상 있는 빈민촌의 비참한 삶과 빈부격차이다. 물론 가난한 이들이 없고 모두가 고르게 잘 살면서 행복하면 좋다. 하지만 위의 지적은 선후가 잘못되었다. 도시가 빈자를 양산하는 게 아니라, 그나마 도시에 가야 먹고 살게 있어서 빈자들이 도시로 향하는 것이다.

이 나라에는 미국을 따르면 무식한 자본주의 추종자이고 진짜 공부를 하려는 자는 유럽을 선택한다는 자부심이 있는 듯 하다. 현실은 유럽 기업조차도 미국에서 공부한 이들을 선호하나 아무래도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 예술의 본거지는 유럽이 아니냐고 우기는 듯 하다.

철학? 인문학? 예술? 진정한 인생의 의미? 이런 학문들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당장 내일 굶어죽을지 모르는 이에게 인문학과 예술을 논할 여유가 있을까? 석가모니는 태생부터 왕자였고 마호메트가 본격적으로 삶에 대한 고민에 빠진 것은 25살 때 엄청난 부자 아내를 갖게 된 이후였다. 피렌체가 르네상스의 배경이 된 이면에는 메디치가로 대변되는 부가 있었기 때문이고 베네치아가 오페라의 중심지였던 것은 베네치아가 당시 융성한 상업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르네상스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은 단연 유럽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철학자, 신학자를 비롯한 인문학자들과 음악가, 화가를 비롯한 예술가들은 물론 의사, 과학자들까지 그 시대 유럽에서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온 것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중세에 그토록 가난했던 유럽이 부유해지고 르네상스를 일으킨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나? 갑자기 유럽은 왜 먹고 살만해졌고 문화와 예술을 꽃피우게 되었나?

그 배경에는 도시가 있었다. 영주에 속해 반노예 신분에 허덕이던 이들이 상공업자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로 흡수되며 도시의 인구가 늘어나고 앞에서 설명한 집적효과가 발생하며 도시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의 삶은 농노였던 시절보다 훨씬 윤택하고 자유로워졌고 그 토대에서 예술과 문화가 꽃피고 철학과 인문학이 발전하며 인본주의와 민주주의 사상도 태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20세기 세계의 패권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 세계 경제의 중심지는 런던이 아닌 뉴욕이 되었고 산업의 중심지는 리버풀이 아닌 실리콘밸리가 되었다. 고전 예술의 중심지가 파리, 로마, 빈 등일지는 모르나 현대 예술의 중심지는 헐리웃과 브로드웨이이다. 서구 문화의 시작이 유럽이라 고전의 중심지가 유럽일지는 모르나 현대 예술의 중심지는 단연코 미국이다. 유럽 노래를 흥얼거리는 미국인이 많은지, 팝을 따라부르는 유럽인들이 많은지를 생각해보면 아주 간단한 일인데 비단 예술 뿐만 아니라 신학, 철학, 인문학 등에 있어서도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나라가 되었다. 미국인들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경제의 단단한 토대 위에서 찬란한 문화가 꽃피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나라에서 일본 만화와 홍콩 영화가 대유행이었던 때가 일본과 홍콩의 경제가 엄청 잘 나가던 시절이었던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먹고 살만해지면서 전세계적으로 한류문화가 크게 유행하고 있다. 우리는 한국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하고 한국 가수 BTS가 21세기 비틀즈라 불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전세계 많은 젊은이들이 한국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의 배경을 보고 싶어서 한국을 찾는다.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한강 공원에 가서 치맥을 시켜먹고 남산에 올라 셀카를 찍는다.

우리가 파리와 로마에 가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낭만에 젖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단테가 샤롯데를 만났다는 피렌체의 폰테벡끼오, 베로나에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생가, 수많은 소설과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유럽의 대도시를 경험하며 그 예술을 경험했을때의 감동에 다시 빠지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닮아야 할 선진국을 이야기할 때 주로 등장하는 나라들은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스웨덴, 핀란드 등 대부분 유럽 국가들이다. 물론 선진국들이고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나라들이지만 당연히 그들도 완전하지 않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지금도 겪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삽질이 파리의 도시 정책이다. 몇 해 전, 노란조끼 시위로 파리가 매우 시끄러웠다. 마크롱이 대통령이 되면서 유류세를 올렸는데 그게 신도시에서 파리로 출퇴근하는 이들을 열받게 했고 이들이 차량에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하는 노란 형광조끼를 입고 나와 시위를 하면서 붙은 이름이다.

그 배경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파리는 신도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정부 당국은 신도시에 많은 지원책과 유인책을 만들었고 교통 인프라를 대거 확충했으며 결정적으로 파리 시내 도시 개발을 억제했다. 정부의 이런 방침에 따라 많은 이들이 파리에 있던 집을 처분하거나 파리에 집을 사는 일을 포기하고 신도시에 정착했다. 그러고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개발이 제한되어 공급이 늘어나지 않는데 경제는 저성장에 접어들며 금리는 내리고 파리에 대한 수요는 줄지 않자 파리 시내의 임대료와 부동산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파리를 떠나 신도시에 정착한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고 출퇴근 시마다 시달리는 교통 체증은 매일 같이 분노를 일으켰다. 이런 상황을 무마하기 위해 정치인들은 선심성 제도들을 남발하며 포퓰리즘에 빠지게 된다. 프랑스 재정은 날이 갈 수록 나빠졌지만 공무원 숫자는 계속 늘어났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작은 법인세와 고소득층의 소득세를 계속 인상했다. 현재 프랑스의 법인세는 33%, 소득세의 최고 세율은 49%에 달한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될 수 있었다면 공산주의는 왜 실패했을까?

나라에서 재난지원금을 받아도 취직을 해서, 사업을 해서, 장사를 해서,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 수 없으면 점점 더 많은 재난지원금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 정치인들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 포퓰리즘에 앞장선 결과, 프랑스의 재정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고 이에 대한 비판과 함께 결국 경제를 살려내지 않으면 프랑스에게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이 선택한 이가 바로 마크롱 대통령이다.

마크롱은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이제까지의 프랑스 정치인들과는 다른 정책들을 시행하기 시작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유류세 인상인 것이다. 정부가 나가래서 파리를 포기하고 신도시로 나갔는데 먹고 살기는 갈수록 힘들어져, 집값은 허구헌날 파리만 폭등해, 출퇴근은 더럽게 힘들어, 안 그래도 돈이 없어 십 년된 경유차 모느라 짜증나 죽겠는데 이제 기름값까지 올린다고? 이렇게 폭발한 게 노란조끼 시위이다. 즉 노란조끼 시위는 파리의 도시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 단면인 것이다.

집적효과로 성장하고 발전한 도시의 집적효과를 인위적으로 막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파리를 보며 서울이 천박하다고? 서울을 파리처럼 만들자고? 아이고 어르신 한국의 문제는 서울이라는 대도시가 너무 큰 게 아니고 서울과 같은 집적효과를 내는 대도시가 하나밖에 없다는 거라고요.

국정운영의 전권을 쥐고 있는 여당의 대표가 50년 전 읽었던 소설의 감상에 빠져서 "오 센느강의 낭만이여, 에펠탑의 멋짐이여" 하고 있는 거라면 지독한 무능이고 국민들을 감상에 빠지게 호도해서 선동하고 서울이 파리 같은 비효율의 극치가 되든말든 다른 어떠한 이익을 누리려고 하는 거라면 악이라 할만하다.

이를 두고 그 천박한 서울, 니네가 만들었다고 하는 개혁 보수의 수준 또한 절망적이다. 서울은 천박하지 않다. 서울이 천박하다면 예술이랍시고 도심에 돈주고 모아놓은 신발들이 천박하지, 여기저기 오밀조밀한 골목들은 물론, 높고 곧게 쭉쭉 뻗어있는 아파트와 빌딩들, 그 사이사이 조성된 공원과 녹지, 한강을 따라 이어진 자전거도로, 구석구석 갈 수 있는 깨끗한 지하철 등 어느 하나 천박하지 않다. 그 천박한 도시 니가 만들었다는 논박은 서울이 천박하다는 데에 동의한 발언이 아닌가? 서울의 가치를 모르는 여당 대표와 야당 의원의 수준이 막상막하, 난형난제이다. 가히 절망적이라 할만하다.

서울은 그 자체로 이미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도시이다. 산업과 금융과 BTS와 기생충과 올림픽과 월드컵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도시는 흔치 않다. 우리가 할 일은 서울의 부족한 점을 잘 살펴 서울을 더욱 발전시키는 일이다. 어느 하나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뉴욕, 런던, 파리, 도쿄 등 세계의 대도시들을 연구하여 취사선택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느낌과 감상을 앞세울 게 아니고 자꾸 새로운 지식을 쌓고 공부해야 한다.

지역 균형 개발을 진정 원한다면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나마 하나있는 서울을 해체하여 서울이 하나도 없는 나라를 만드는 게 아니라 제 2, 제 3의 서울을 건설하는 일이다. 도시의 기능을 나눈다고? 도시의 핵심은 앞에서 설명한 집적효과이다. 집적효과가 사라지면 비효율이 증가한다. 부산에, 광주에, 목포에, 울산에 제 2, 제 3의 서울을 건설하자는 정치인들의 토론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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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CC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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