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새해에 벌어질 일 - 2. 금리
2019년 새해에 벌어질 일 - 2. 미국 금리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2월이다. 경기가 하락하면 돈을 풀어(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하고 경기가 과열되면 돈을 조여(금리를 올려) 속도를 조절하는 게 FOMC의 일이다. 미국의 FOMC 뿐만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들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FOMC의 파워가 강하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미국, 특히 미국 소비의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2007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FOMC는 단번에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렸다. 그럼에도 부족하자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시행한다. 돈을 찍어서 시중에 뿌렸다고 당시 FOMC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를 가리켜 헬리콥터 벤이라고 비아냥 거렸지만 지금 돌아보면 경기를 빨리 회복시킨 성공적 정책이었다.
경기가 침체하면 빚이 문제가 되고 빚이 문제가 되면 해당 정부는 돈을 찍어서 그 빚을 간단히 처리해버리고 싶은 유혹에 쉽게 빠져든다. 1차대전 후, 막대한 전쟁 배상금에 허덕이던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 2000년대 짐바브웨, 2010년대 베네주엘라 등이 그러했는데 그들이 신나게 찍어낸 돈 때문에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모두 쫄딱 망하고 만다. 돈을 많이 찍으면 돈이 싸지고 돈이 싸지면 물가가 올라가면 살기가 힘들어지는 건 당연한데 왜 미국만 돈을 찍어서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까?
첫째로 미국의 통화가 달러가 글로벌 기축통화이기 때문이다. 전세계가 같이 쓰는 통화이기 때문에 많이 찍어도 여러 군데에서 소화가 되는 것이다. 무한정 찍어내도 소화될 거란 얘기는 아니고 다른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다는 얘기이다. 둘째로 미국의 양적 완화는 실제로는 헬리콥터 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양적 완화는 민간 은행이 보유한 국채를 중앙은행이 사들이는 방식. 쉽게 말해 부동산을 하나 보유한 개인이 파산 직전인데 부동산이 팔리지 않을 때, 국가가 와서 부동산을 사주는거다. 이렇게 되면 2차적인 효과도 있다. 국가가 부동산을 사주니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지 않고 유지될 것인데 자산 가격이 하락을 멈추면 부채가 그대로 있어도 부채비율은 늘어나지 않는다. 추후 시장이 회복되어 자산 가격이 올라가면 부채는 그대로인데 부채비율은 오히려 낮아지게 되니 추가 투자를 유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미국은 효과적으로 금융위기에서 벗어났고 경제는 다시 호황을 맞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정책 때문에 FOMC가 어마어마한 양의 자산을 보유하게 된 것. 이제 FOMC는 자산을 줄여 연금을 늘려야 하고 이를 괜히 어렵게 대차대조표 축소라고 부른다. 대차대조표 축소 직전인 2017년 9월 말 연준의 보유 자산은 4조5천억불(국채 2조5천억 불, MBS 1조8천억 불)에서 2018년 10월 말 기준, 4조1천억불(국채 2조3천억불, MBS 1조7천억불)로 줄어들었다. 부채 역시 2조2천억 불에서 1조8천억불로 내려갔다. 월가는 연준이 2020년까지 자산 3조6천억불, 지급준비금은 7천500억불 수준으로 축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축소 정책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채권 가격 하락) 요인이다. 막 사던 돈 제일 많은 투자자가 사던 걸 내다 팔기 시작하니 가격이 떨어지기(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것도 모두 금리상승요인이다.
그런데 연준이 직접 올렸다 내렸다 하는 정책금리는 단기금리이고 매입, 매도하는 자산은 장기금리로 표시된 자산이 대부분이다. 그럼 단기금리도 오르고 장기금리도 오르겠네? ㅎㅎㅎ 경제가 그렇게 단순할리 없지.. 세상에 부자보다 가난한 사람이 더 많은 이유이기도 하고...... 우선 단기금리는 연준의 정책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연준의 정책금리는 1일 짜리 RP금리인데 만기가 길어질수록 정책금리의 영향력이 약해진다.
우리가 대출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지금 당국이 금리를 올리는데 단기로 대출을 받는다면 내가 받는 대출 금리도 오르겠지만 장기로 대출을 받는다면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 당국이 금리를 올려도 내가 10년 짜리 대출을 받는데 3년 후, 늦어도 5년 후에는 금리를 다시 내릴 것으로 판단된다면 10년 짜리 대출 금리는 올라가야 할까? 떨어져야 할까? 당장 당국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 금리가 떨어질 전망이라면 아무도 비싼 금리를 주고 장기대출을 받으려 하지 않을것이다. 게다가 금리 인상은 돈줄을 죄는 정책이다. 중장기 경기 전망이 별로인데 돈줄을 조이면 경기는 더 위축될 것이고 경기 위축은 장기금리의 하락요인이다. 단기로 갈수록 경기 전망보다 정책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장기로 갈수록 정책금리보다 경기 전망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얼마 전, 한국은행에서 콜금리를 인상했으나 대한민국 국채 금리는 일제히 하락했다. 채권시장이 우리나라의 중장기 경기 전망을 그다지 좋게 보고 있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래서 금리를 인상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채권시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경기가 정책금리 인상을 소화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2015년 12월, 미국 FOMC는 금리인상을 시작했고 행여나 2007년 금융위기 이후 간신히 살려놓은 경기가 꺼질까 아주 신중하게 접근했다. 금리인상 속도는 아주 더뎠고 풍부한 시중 자금에 의해 미국 경기는 호황세를 보였다. 그러나 경기에 자신이 붙은 FOMC는 금리인상 속도를 2015년 1회, 2016년 1회에서 2017년 3회, 2018년 4회로 높였고 2017년 하반기부터는 대규모의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도 가동했다.
'미국이 기침을 하면 한국은 감기에 걸린다'는 말처럼, 한국 증시는 2018년 1월을 고점으로 2월부터 하락반전하였다. (그렇다고 너무 한국이 이것밖에 안되네 어쨌네 하지는 말자. G2라는 중국도 마찬가지 시기부터 하락반전한 데다가 베네주엘라, 아르헨티나, 터키, 파키스탄 등의 나라는 아주 폭망했으니까...... ) 글로벌 증시의 우울한 흐름에도 미국 FOMC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추지 않았고 9~10월을 고점으로 미국 증시도 하락 반전하기 시작한다. 연말까지 다우, 나스닥 양시장 모두 고점 대비 25%에 육박하는 하락률을 보이자, 긍정 일변도였던 미국 경기에 대한 전망도 조금씩 회의적으로 변화한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가 하락반전하고 장단기금리차가 좁혀들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장단기금리차의 역전은 경기침체의 신호이다. (12월 13일 글 참조 http://notitolo.tistory.com/archive/20181213)
2019년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장단기금리차가 역전될 게 확실시 되는 수준까지 장기 금리가 하락하자 FOMC는 기존의 뷰를 꺾고 금리인상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선다. 연말 FOMC 파월 의장이 직접,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자, 채권시장에서는 단기금리가 하락하며 장단기금리차를 벌렸고 주식시장은 반등했으며 달러는 하락 반전하였다. 말 한 마디로 글로벌 자본시장이 안정된 것이다.
미국 경기는 이미 작년 여름 피크아웃한 걸로 보인다. 따라서 다시 증시가 전고점을 회복하고 재상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금리 또한 상승흐름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책금리를 판단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물가이다. 경기가 별로여도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몇달간 물가에서 가장 큰 항목인 유가가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물가지표가 높게 나올 확률은 거의 없다. 트럼프가 트위터로 이 내용을 부르짖기도 했다. 물가가 이런 상황에 금리 인상하는 FOMC의 행태를 믿을 수 없다고 ㅎㅎㅎ FOMC의 금리인상은 현재의 장단기금리차에서는 쉽지 않다.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판단이 서면 단기금리는 하락한다. (이미 그러고 있다) 단기금리가 하락하면서 장단기금리차가 다시 벌어지고 있지만 다시 금리인상을 단행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단기금리의 하락분은 다시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순간,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FOMC가 금리인상을 단행하려면 장단기금리차가 충분히 벌어져야 하고 장단기금리차가 벌어지려면 단기금리가 내리든, 장기금리가 오르든 해야 하는데 위에 설명한 이유로 단기금리를 내리는 걸로 충분하지 않다면 장기금리가 오르는 경우를 생각해 봐야 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장기금리는 경기 상황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다. 즉, 경기가 좋다고 판단되든,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생기든 해야 장기금리가 올라간다. 그런 게 뭐가 있을까? 우선 FOMC가 금리인상을 멈추면서 주식시장이 반등하고 있는데 주식시장의 반등이 이어지면 경기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것이다. 정부의 재정정책도 있다. 정부가 대규모 재정정책을 펼치면 경기에 대한 기대가 생기고 장기금리가 상승한다. 또 정부가 대규모 재정정책을 펴려면 돈이 필요한데 정부가 자본을 조달하는 방법은 조세와 국채발행이니 대규모 재정정책을 위해 국채를 발행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상품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금리는 상승한다.
FOMC의 금리인상 속도조절과 함께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장단기금리차는 다시 벌어질 것이고 그러면 FOMC는 다시 금리인상을 시도할 것이다. 전적으로 경기에 달려있는데 미국 경기가 다시 마구 좋아지기엔 이미 2018년에 피크아웃했다고 보기 때문에 다시 본격적인 경기 상승에 접어들기는 어렵다고 보고 장기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잠시 기대감에 의한 상승일 가능성이 높아서 금리를 인상하면 그걸 극복하고 추가로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따라서 주가상승과 대규모 재정정책에 의해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장단기금리차가 벌어지더라도 FOMC는 금리인상에 상당히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며 금리를 인상해봤자 1회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고 인상 시기도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한국은 어떻게 될까? 한국은 미국보다 경기 전망이 더 어둡다. 따라서 2018년에도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올렸다.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 때문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 겉으로는 미국 금리인상의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컸던 것 같다. 그 인상으로 장단기금리차가 좁혀지고 특히 장기금리의 하락폭이 커질 것을 몰랐던 게 아니라 그걸 감수하고라도 부동산 가격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개연성이 있다. 사실 그동안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미국 핑계를 대며 대출금리를 올려왔다. 미국 정책금리와 우리나라 대출금리는 별 상관이 없지만 은행이야 예대마진을 최대화하는 게 유리하니 그런 시도는 은행 입장에서는 항상 있을 법하다. 하지만 당국이 내버려둘리 없다. 독과점에 의한 부당이익으로 판단하여 바로 추징금을 부과하고 단속할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덕적이라 법규를 지키는 게 아니라 법규를 지키는 게 더 이득이라 도덕적이다.
2018년에는 은행이 한국은행 콜금리 인상 없이도 대출금리를 꾸준히 올렸는데 당국이 은행에 추징금을 때리고 단속하고 뭐 그런 일은 없었다. 2016년 하반기를 바닥으로 대출금리가 꾸준히 올랐으나 당국은 별 제스쳐를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경기가 별로라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을 보며 금리를 올리고 싶었던 당국의 마음과 대출금리를 올려 예대마진을 최대화하고 싶었던 은행의 니즈가 만나는 지점에서 대출금리가 형성된 게 아닐까 싶다. (신한지주의 영업이익은 17년 38287억, 18년 예상 44541억이고 하나금융의 영업이익은 17년 21166억, 18년 예상 32179억이다. 한국 국채 3년물의 금리는 2017년 1월 1.675, 2018년 1월 2.274, 오늘 현재 1.799이고 10년물의 금리는 2017년 1월 2.163, 2018년 1월 2.769, 오늘 현재 1.856이다. NH농협은행/신용대출/신용등급1~2 기준으로 대출금리는 2017년 1월 3.31, 2018년 1월 3.44, 오늘 현재 3.73이다.)
2018년 한국 경제는 100미터 미인이었다. 수출이 잘 되서 전체 수치는 나쁘지 않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반도체 집중이 너무 심했다. 올해 4분기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가 있었는데 D램 가격이 하락 중이라 2019년 경제 지표는 좋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증시는 작년에 먼저 하락했으니 선반영 된거다, 아니다의 의견이 분분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작년에 비해 반등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의견이 분분하므로 위로 갔다 아래로 갔다 변화무쌍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파월의 스탠스를 보아 상반기는 괜찮을 것 같은데 하반기에 FOMC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우리나라 증시는 크게 흔들릴 가능성도 있어보인다.
한국 금리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상황이 우리보다 훨씬 좋은 미국도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데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작년 말에도 같은 상황이었는데 올리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신재민 사건으로 보아 우리나라 공무원에게 그런 삽질을 2번 연속 단행해낼(?) 기백은 없어 보인다..고 답하겠다. 한국은행도 기재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좋게 표현하면 민주주의 국가라 항상 반대 여론이 있고 그 반대 여론을 무시한 무대포식의 정책은 나오기 어렵다...고 하겠다.
아오 피곤해;;;;; 3편 '그래서 우리는...'은 다음주에 써볼란다. 귀찮으면 안 쓸지도 모르겠;;;;;;;;;
'증권시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변곡점: 3월이다 이것들아 (1) | 2019.03.05 |
---|---|
2019년 새해에 벌어질 일 - 3. 그래서 우리는? (0) | 2019.01.28 |
2019년 새해에 벌어질 일 - 1. 미중 무역분쟁 (0) | 2019.01.08 |
181221 역사는 반복된다. (0) | 2018.12.21 |
181214 장단기금리차 (0) | 2018.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