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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현대차에 대한 변명

 

우리나라 재계 서열을 보면 1위는 삼성그룹, 2위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그룹이 현대,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그룹으로 계열 분리되기 전, 오랜 시간동안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은 엎치락뒤치락 재계 1위를 다투던 라이벌 그룹이었다. 그러나 그룹이 분화된 이후에도 맏형격인 현대차그룹이 재계 2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동차가 처음 상업화된 곳은 미국이다. 자동차의 아버지라 불리는 포드는 기차 시대에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내 의지대로 갈 수 있는 새로운 비히클'에 자유를 투영시켰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포드에 이어 GM, 크라이슬러 등 3개의 미국 자동차 기업이 전세계를 휩쓸었다. 자동차라는 상품이 대중화되자, 시장의 관심은 곧 디자인과 실용성에서의 차별점으로 넘어갔고 독일차와 일본차가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한동안 미국차, 독일차, 일본차의 트로이카 시대였으나 그 싸움은 시간이 갈 수록 미국차가 탈락하고 독일차와 일본차의 양강 체제로 재편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후발주자로 도전장을 던진 게 바로 한국차인 현대차이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에는 미국, 일본,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저가 모델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자동차가 대중화되던 80년대~90년대와 맞물리며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펼칠 수 있었고 외국 소비자들이 혼다와 휸다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비슷한 브랜드의 일본차려니 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2000년대는 현대차의 전성기였다. 꽤 올라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돈을 쏟아부은 디자인에서도 어필하기 시작했고 이는 현대차의 이미지를 크게 바꿨다. 광고 전략도 우수해서 NBA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에 노출된 기아차의 K5는 미국 시장에서 가장 핫한 세단 중 하나가 되었다. 동시에 아반떼는 중국의 대중화와 맞물리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면 성공은 실패의 거울인걸까? 이러한 성공에는 어느 정도 현재의 어려움이 내포되어있다. 현대차의 성공 요인을 크게 요약하면 (1)캐쉬카우 국내시장 (2)독일차, 일본차보다 싸지만 가성비는 괜찮은 포지셔닝(미국, 중국)이다. 성공요일이 이렇다면 (1)국내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지위가 흔들린다면? (2)독일차, 일본차, 미국차가 싸진다면? 한국차보다 가성비 더 좋은 차가 나타난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텐데 불행하게도 이런 우려들은 (1)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며 수입차 점유율이 폭등하고 (2)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싼 일본차)와 미국의 관세정책(싼 미국차), 중국차의 등장(중국시장)으로 모두 현실화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시작하였다. 중국은 아예 당국이 앞장서 인프라에 투자하며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유럽, 미국들도 미래 청사진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현대차도 물론 전기차에 꾸준히 투자해왔고 수소전기차 부문에서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소전기차보다 전기차가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하면서 현대차의 미래 전략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튀어나왔고 이런 상황에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였고 이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미래에 투자해야 하는 시점에 부동산 투기나 일삼는 대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여겨졌다.

 

현재 현대차는 (1)독일차, 일본차보다 못하고 (2)중국차보다 비싸며 (3)미래 전략이 부족한 3憂의 상태로 주식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연도별 연말 주가를 살펴보면 2008년 39,500원 / 2009년 121,000원 / 2010년 173,500원 / 2011년 213,000원 / 218,500원 / 2012년 236,500원 / 2013년 269,000원 / 2014년 169,000원 / 2015년 149,000원 / 2016년 146,000원 / 2017년 156,000원 / 현재 115,500원이다. 무려 9년 전의 주가 수준으로 회귀해 버린 것.

 

시장에서 소비자가 보는 브랜드의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싼 가격으로 매출을 늘리는 것은 쉽지만 싼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는 어렵다. 싸다는 장점이 사라지면 너무도 손쉽게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시장이 큰 전환기를 맞으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신상품에 맞는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애플의 아이폰이다. 아이폰이 생기기 이전, 휴대폰의 대명사는 노키아, 모토롤라와 삼성, 소니, LG 등이었다. '휴대폰의 PC화'라는 대전환기를 맞아 스티브 잡스는 손에 쥐는 PC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선점해 버렸고 이는 스티브 잡스가 죽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삼립과 샤니는 원래 슈퍼에서 파는 값싼 빵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동네 제과점들이 프랜차이즈로 전환되던 시점에 파리바게뜨라는 브랜드를 빅히트시키며 시장을 싹쓸어버렸다.

 

자동차 시장도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 대전환기를 전기차냐? 수소차냐?의 에너지 대전환기로 판단하고 있다면 시장을 잘못본 것, 이번 전환기는 '자동차의 PC화'의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기이다. 에너지를 무엇을 쓰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동차가 하나의 컴퓨터가 되면서 자율적으로 주행을 하는 게 핵심이다.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자동차 안의 공간은 지금처럼 모두 앞을 향할 필요가 없어진다. 외부 디자인과 내부 구조에 제한이 사라지고 컴퓨팅을 어떻게 컨트롤할까 등의 새로운 이슈가 생긴다. 잡스는 터치 스크린이라는 조작법을 전면에 도입했는데 이는 그 조작성의 편리함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없던 세련되고 새로운 조작법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점이 더 중요했다. 아이폰의 탄생과 함께, 세상은 '이미' 아이폰을 쓰는 인류와 '아직' 아이폰을 쓰지 않는 인류로 구분된 것이다.

 

모든 자동차 기업들의 고민도 바로 이것이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된 이후, 어떻게 이미 자사의 제품을 쓰는 인류와 아직 그렇지 않은 인류로 구분할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즉, 어떻게 자동차의 아이폰이 될까?

 

스티브 잡스는 항상 브랜드를 중요시했고 시대를 앞서가는 이미지를 브랜드에 투영시키고자 했다. 그러려면 그 이미지에 맞는 기술력과 디자인이 필수적이었다. 이전에 없었고 심플하지만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그것이 무엇일까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뛰어난 디자이너에 대해 파격 대우를 했다. 현대 사회에 이르러 자기 분야에 뛰어난 1인의 가치는 시스템을 압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이에 대한 경험이 있다. 고무적인 것은 정의선 총괄 부회장이 인재 영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기아차 사장이던 2006년 피터 슈라이어를 삼고초려 끝에 영입해 K5의 성공을 주도했고 이후 알버트 비어만, 루크 동커볼케 등 글로벌 인재들을 영입했다. 이러한 인재들을 영입하고 R&D 투자를 늘려서 미래에 대비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재 영입이 쉽지 않다는 점 또한 경험했을 것이다. 훌륭한 인재들은 보수는 물론, 사회적 인프라과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환경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현대차의 남양연구소는 화성에 있는데 과연 화성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에 최적화된 지역일까?

 

미국 금융업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은 뉴욕 맨해튼에 모여들고 IT 분야의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실리콘밸리에 모여들듯, 한국의 인재들이 화성에 몰려들까? 현대차가 있고 삼성전자가 있기 때문에? 이 질문은 생산기지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 생산기지는 생산시설을 위한 넓은 부지가 필수적이지만 R&D 센터는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지방 분권화를 통해 서울에만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서울에 있는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우수한 인재들은 이직이나 부서 이동 등 서울에 있을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까? 그런 현상이 가속화되면 결국 그 기업에는 지방으로 이전해도 이직 등을 통해 서울에 남을 능력이 없는 인력들만 남게 될 것이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벌 우수 인재 영입을 시도하며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많이 경험하지 않았을까? 현대차는 현재 양재동에 본사가 있고 화성 남양에 R&D 센터가 있다. 삼성동 코엑스 맞은 편 부지에 본사가 위치하게 되면 양재동 본사는 R&D 센터로 활용이 가능하다. 당국은 양재동 일대를 R&D 조성 계획의 일환으로 기업이 R&D 센터를 지을 경우, 세제, 용적률 등의 여러가지 혜택을 주고 있다. 삼성동의 넓은 부지를 감안할 때, 아예 R&D 센터를 삼성동 본사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10조 5천억. 어마어마한 돈이다. 예정가격이 3.3조였고 시장에서 예상한 낙찰 예상가는 5조원 정도였기 때문에 5조원 정도를 오버페이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현대차가 대전환기 이후 PC가 된 자동차의 새로운 시장에서 애플이 될 수 있다면 과연 5조원이 큰 돈일까? 최근 5년간 독/일과 중국 사이에 끼면서 날려먹은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25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모비스와 기아차를 더하면?

 

최근 미국 인수합병 시장에서 제일 유행하는 단어 중 하나가 어크-하이어이다. 어크하이어는 acquire와 hire의 합성어로 타 기업이 보유한 인재를 고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 인수를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글은 공동창업자 두 명이 전부인 신생기업 닷지볼을 인수하며 3천만 달러를 지불한데이어 웹 기반 통합 메신저 서비스 미보를 1억달러에 인수하며 미보의 프로덕트 팀을 구글플러스 사업팀에 배치했고 영국의 AI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4억불에 인수하여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3명을 영입하였다. 애플도 AI 스타트업 래티스 데이터를 인수하며 2억불을 지불했는데 래티스 데이터의 직원은 20명.

 

어크하이어 전략은 IT 업계를 너머 다른 업계로 번져나가는 추세이다. 유통 공룡 월마트는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제트닷컴을 33억불에 인수했다. 월마트는 제트닷컴의 인재풀과 온라인 유통 노하우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블룸버그는 이를 '거대한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204640&memberNo=30786399&vType=VERTICAL

 

월마트가 유통 공룡이라면 현대차는 대표적인 제조업이다. 기존 제조업에 디자인 인력, 에너지(전기차, 수소차) 관련 인력 뿐만 아니라 IT로의 거대한 전환을 준비해야 하고 이들을 융합해 나가야 한다. 만일 남양연구소에 그들을 영입할 만한 인프라를 모두 갖추려면 (자녀들의 교육, 가족들의 쇼핑, 거주, 그리고 공항과 철도에 연결되는 교통 인프라 등) 얼마의 비용이 발생할까? 아니 돈을 들이면 그런 인프라를 갖추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현대차의 한전 부지 인수는 전통적인 기업의 투자라고 보기 힘든 과감하고도 트렌디한 혁신적인 선택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를 단순한 부동산 투기로 평가하는 것은 현대차에게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닐까 한다. 훗날 현대차가 대전환기를 통해 레벨 업에 성공한다면 그 시작점은 한전 부지 인수일 것이다.

 

 

 

PS)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아 국가 경제가 이 모양이라는 정부는 왜 현대차의 투자에 대한 세금은 받아놓고 건축 허가는 미루는 걸까? 과감한 투자에 앞장선 기업이 이런 고초를 겪고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느냐고 이기적이라 공격하는 건 너무 이중적인 행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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