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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기 교체

증권시황 / 2018. 8. 1. 10:55

8/1 정수기 교체

 

정수기가 가정의 필수품이 된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정수기가 필수품이 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던 게 한 기업에서 시작한 정수기 렌탈 서비스였습니다. 초기 정수기에는 필터와 자갈이 들어있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그 필터와 자갈을 모두 들어내고 정수기 전체를 씻어줘야 했죠. 어렸을 적에 정수기 당번을 안 하려고 청소나 설겆이를 자청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만큼 번거롭고 하기 싫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게 렌탈서비스가 되니 엄청 편해졌습니다. 이용료만 내고 물만 받아먹으면 되는 구조로 바뀌었죠. 당연히 이 서비스를 가장 먼저 시행한 회사는 대박이 났습니다. 이 회사의 정수기 렌탈서비스 마켓쉐어 추이는 아래와 같습니다.

 

1999년 40%, 2001년 55%, 2003년 56%, 2005년 56%, 2007년 56%, 2009년 52%, 2011년 55%, 2013년 45%, 2015년 41%, 2017년 37%

 

이 기업은 그룹 사정에 따라 사모펀드에 2012년 매각되는데 그 후로 시장 점유율이 하락합니다. 그러나 사모펀드가 인수한 첫 해인 2013년 영업이익은 3,332억원으로 전년 대비 46%나 증가하더니 2015년에는 매출 2조1,613억원에 영업이익 4,630억원을 기록해 창사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20%를 돌파합니다.

 

시장점유율이 줄어드는데 실적이 좋아진다? 좀 찜찜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시장점유율이 줄어들더라도 전체 시장의 볼륨이 커지면 되죠. 그러나 전체 볼륨이 커져서 돈을 더 벌더라도 시장점유율이 하락한다는 얘기는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뜻이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영업이익률이 획기적으로 올라가는 일은 쉬 볼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면서 적정 마진이 폭발적으로 올라간 게 아니라면 비용을 크게 줄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새는 비용을 잘 관리한 거라면 상이라도 받아야 할 일이겠지만 단기적인 숫자를 만들기 위해 무리하게 비용을 줄인 거라면 제품과 서비스의 질이 하락할 가능성이 생깁니다. 품질의 저하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그 징후가 나타나게 되죠.

 

이 기업의 비용 관리와 관련이 있는지, 우연히 벌어진 실수인지는 알 수 없으나 2016년 정수기에서 니켈이 검출되며 제품의 신뢰도는 떨어지고 실적은 하락하게 됩니다. 대주주인 사모펀드는 줄곧 비싼 가격을 부르며 몇 군데와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 니켈 사건과 함께 모든 협상은 중단되죠.

 

2017년, 2015년보다는 못하지만 2016년보다 나은 실적을 기록하는데 집에서 와이프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정수기 관리를 해주시는 분이 자꾸 다른 서비스를 푸쉬한다는 것입니다. 정수기를 사용한지 3년이 지나 약정이 만료된 상황인데 다시 3년 약정을 걸고 서비스를 신청하면 훨씬 좋은 정수기로 바꿔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서로 안면도 있는 사이인데 (매달 집에 와서 정수기 관리를 해주시니까...) 더 좋은 정수기를 준다는데 왜 안 해주냐며 야박하다고 서운해 하시니 담당자를 만나는 게 영~ 불편하답니다.

 

3년 약정을 걸며 돈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그 기간을 지키지 못했을 때는 위약금이 발생합니다. 즉, 나가는 돈이 없더라도 돈을 걸어놓은 행위이죠. 계약 상대방은 3년 약정을 맺는 순간, 3년의 확정 수익이 생깁니다. 어차피 정수기를 쓸 거라면 어떤 브랜드를 쓰든 약정을 맺어야 하니 약정을 맺는 게 큰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3년 동안 별 문제 없이 사용하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할테니 3년 동안 정수기에 문제가 생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겠죠.

 

사람이든, 기계든 당근을 줄이고 채찍을 늘리면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면 문제가 생깁니다. 이 기업의 주식에 잠깐 투자할까...가 고민이라면 단기적인 기업 효율의 증가를 보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3년을 보고 투자해서 장기 보유할까...가 고민이라면 불안하다...는 결론입니다. 투자하기 불안한 기업의 제품을 3년 약정을 걸어서 소비한다? 역시 불안한 일이었습니다.

 

결국 와이프와 얘기해서 정수기를 바꿨습니다. 바꾼 브랜드는 정수기 렌탈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한 대기업입니다. 대기업 서비스 3곳 중, 기존 기업을 인수한 기업과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기업을 뺏더니 하나밖에 남지 않았서 거기로 했습니다.

 

부디 더운 날씨에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정수기 관리하시는 분들과 콜센터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이 회사의 사고를 일선에서 막느라고 개고생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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