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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아무리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게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많은 힘이 낭비될 것이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특성을 잘 살려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왜 모여살까? 중세 시대 유럽에서는 흑사병이 돌아 인구의 1/3이 줄었던 적도 있다. 모여살지 않았으면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모여살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층간 소음도 모여살지 않았던 시절에는 없었던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모여살까? 다른 사람 안 보고 따로 살면 참 편할텐데 왜 사람들은 서로 지지고 볶고 욕하고 욕먹으면서도 굳이 그렇게 모여서 살까? 무수한 문제가 있어 보일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표현을 쓸만큼 그 무수한 문제들이 다 무시될만큼 모든 이유를 잠재우는 이유는 딱 하나밖에 없다. 그것은 먹고 사는 문제, 즉 경제의 문제이다.

 

김장철이다. 김치를 담그는 일은 보통일이 아니다. 배추를 다듬어서 소금에 절이고 무를 잘게 썰어 고추가루와 젓갈, 마늘, 생강, 설탕 등등등 갖은 양념에 버무려 소를 만들고 소금에 절인 배추를 꺼내 함께 버무린다. 그런데 그 어려운 김장을 사람들은 모여서 한다. '하는 김에 같이 하자. 내일 우리 김장하니까 우리 집으로 와'라고 한다. 그리고 그 험한 일을 하면서 고기도 삶아서 먹는다. 심지어 배추전까지 부친다. 할 일이 없어 시간이 남는다는 듯이 말이다. 김장을 할 때의 일만 보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김장을 하기 전에 들어가는 일들을 생각해보면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한다. 시장에 가서 배추를 고르고 사고 배달이 오면 배추를 놓을 장소를 마련하고 소금에 절여놓을 큰 통을 준비하는 등의 번거로운 일들은 김장을 10포기를 담그든, 100포기를 담그든 큰 차이가 없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돈을 써야만 비용이 아니라 일을 하기 위해 시간을 쓰고 힘을 쓰고 하는 모든 것들을 비용이라고 한다면 비용은 크게 일의 양과 관련이 큰 비용과 관련이 크지 않은 비용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일의 양에 따라 들어가는 비용도 변동하기 때문에 변동비용, 변동비라고 부르고 후자는 일의 양에 따르지 않고 들어가는 비용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정비용, 고정비라고 부른다. 한 사람이 먹고 사는 데에 들어가는 비용을 100, 그 중 고정비를 50, 변동비를 50이라고 한다면 모이면 모일수록 고정비를 나눌 수 있게 된다. 혼자 살면 100을 쓰고 살아야 하지만 50명이 모여 살아 고정비를 나누면 1명당 1 + 변동비 50 = 51밖에 들어가지 않는다. 옛날에 동네마다 있던 우물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쉽다. 혼자서는 우물을 파기도 힘들고 파고 나서 나오는 물을 다 쓸 수도 없다. 여럿이 파면 힘도 훨씬 덜 들고 버리는 물 없이 나눠 쓸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현대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상수도, 하수도, 도로, 철도 등 국가는 SOC 투자의 효용성을 따질 수 밖에 없다. 어디에 해야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볼까?

 

모여서 사는 것의 이로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업의 측면에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위의 김장과 우물을 다시 생각해보자. 모여사는 사람이 충분하다면 김치와 물을 그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최근 오피스텔 건물의 지하 주차장에서 세차, 빨래, 택배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간이라 가능한 일이다. 각종 비즈니스가 가능해지니 사람들은 또 다시 유입되고 사람들이 더 유입되니 더 많은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여살면 채용도 쉬워진다. 젊은 사람들이 모여살수록,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모여살수록 기업들이 좋은 인재를 채용할 기회도 많아진다. 이를 노리고 좋은 기업들이 모여들면 좋은 인재들이 좋은 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다. 좋은 일자리가 좋은 인재를 부르고 좋은 인재가 좋은 일자리를 부른다.

 

 

왜 우리나라의 모든 것은 서울로 집중될까? 거기에 좋은 기업들, 좋은 일자리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그럼 좋은 기업들은 왜 서울로 몰려들까? 거기에 좋은 인재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그럼 좋은 인재들은 왜 서울로 몰려들까? 좋은 일자리, 좋은 환경과 높은 생활수준, 사회 인프라, 교육 환경 등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면 모든 것이 다 좋은가? 그렇지 않다. 위에서 얘기했듯, 모여살기 때문에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이 있으며 주위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게 층간소음과 주차문제일 것이다. 산에 가서 혼자 산다면 더 이상 층간소음의 문제도, 주차공간의 문제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높은 주거비에 미춰붜뤼겠는 일도 없을 것이다. 인생은 결국 선택이다.

 

일자리 자체가 없어 먹고 살 수가 없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애초에 지방에 태어난 걸 선택한 적이 없는데 태어나자마자 차별이 시작되고 제공받는 기회 자체가 다르다는 주장이다. 나아가 서울과 지방의 계층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지방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결국 서울도 무너질거란다.

 

인위적으로 지방에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공기업들을 지방으로 이전시킨다. 서울에서 공기업 이상의 직장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서울에 남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 공기업에 다니는 메리트가 100이라고 했을 때, 지방의 주거비용에 대한 손실로 최소 20은 날라간다. 그럼 그 일자리는 80의 일자리로 전락한다. 그 일자리의 혜택 100을 그대로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그 지역의 원주민 뿐이다. 이게 과연 페어한 일일까? 페어하고 아니고 차원을 넘어보자. 이제 그 공기업에는 혜택 80에 만족하는 인재들만 남게 될 것이다. 그 이상의 인재들은 서울에서 다른 일자리를 찾을 것이고 그 지역에는 80 이하의 인재들만 남게될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아무리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게 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많은 힘이 낭비될 것이며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해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특성을 잘 살려야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https://news.v.daum.net/v/20181106040108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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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현대차에 대한 변명

 

우리나라 재계 서열을 보면 1위는 삼성그룹, 2위는 현대차그룹이다. 현대그룹이 현대,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그룹으로 계열 분리되기 전, 오랜 시간동안 삼성그룹과 현대그룹은 엎치락뒤치락 재계 1위를 다투던 라이벌 그룹이었다. 그러나 그룹이 분화된 이후에도 맏형격인 현대차그룹이 재계 2위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동차가 처음 상업화된 곳은 미국이다. 자동차의 아버지라 불리는 포드는 기차 시대에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내 의지대로 갈 수 있는 새로운 비히클'에 자유를 투영시켰고 대성공을 거두었다. 포드에 이어 GM, 크라이슬러 등 3개의 미국 자동차 기업이 전세계를 휩쓸었다. 자동차라는 상품이 대중화되자, 시장의 관심은 곧 디자인과 실용성에서의 차별점으로 넘어갔고 독일차와 일본차가 부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한동안 미국차, 독일차, 일본차의 트로이카 시대였으나 그 싸움은 시간이 갈 수록 미국차가 탈락하고 독일차와 일본차의 양강 체제로 재편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후발주자로 도전장을 던진 게 바로 한국차인 현대차이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에는 미국, 일본, 독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인건비를 바탕으로 한 저가 모델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 자동차가 대중화되던 80년대~90년대와 맞물리며 벌어들인 돈으로 해외 시장에서 가격 경쟁을 펼칠 수 있었고 외국 소비자들이 혼다와 휸다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비슷한 브랜드의 일본차려니 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2000년대는 현대차의 전성기였다. 꽤 올라온 경쟁력을 바탕으로 돈을 쏟아부은 디자인에서도 어필하기 시작했고 이는 현대차의 이미지를 크게 바꿨다. 광고 전략도 우수해서 NBA 올스타전 덩크 콘테스트에 노출된 기아차의 K5는 미국 시장에서 가장 핫한 세단 중 하나가 되었다. 동시에 아반떼는 중국의 대중화와 맞물리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라면 성공은 실패의 거울인걸까? 이러한 성공에는 어느 정도 현재의 어려움이 내포되어있다. 현대차의 성공 요인을 크게 요약하면 (1)캐쉬카우 국내시장 (2)독일차, 일본차보다 싸지만 가성비는 괜찮은 포지셔닝(미국, 중국)이다. 성공요일이 이렇다면 (1)국내시장에서의 절대적인 지위가 흔들린다면? (2)독일차, 일본차, 미국차가 싸진다면? 한국차보다 가성비 더 좋은 차가 나타난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을텐데 불행하게도 이런 우려들은 (1)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며 수입차 점유율이 폭등하고 (2)아베노믹스로 인한 엔저(싼 일본차)와 미국의 관세정책(싼 미국차), 중국차의 등장(중국시장)으로 모두 현실화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전기차가 상용화되기 시작하였다. 중국은 아예 당국이 앞장서 인프라에 투자하며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유럽, 미국들도 미래 청사진을 만드느라 분주하다. 현대차도 물론 전기차에 꾸준히 투자해왔고 수소전기차 부문에서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수소전기차보다 전기차가 미래차 시장을 선점하기 시작하면서 현대차의 미래 전략이 잘못된 것 아니냐는 의문이 튀어나왔고 이런 상황에 삼성동 한전부지 매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였고 이는 대다수 국민들에게 미래에 투자해야 하는 시점에 부동산 투기나 일삼는 대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여겨졌다.

 

현재 현대차는 (1)독일차, 일본차보다 못하고 (2)중국차보다 비싸며 (3)미래 전략이 부족한 3憂의 상태로 주식시장의 평가를 받고 있다. 연도별 연말 주가를 살펴보면 2008년 39,500원 / 2009년 121,000원 / 2010년 173,500원 / 2011년 213,000원 / 218,500원 / 2012년 236,500원 / 2013년 269,000원 / 2014년 169,000원 / 2015년 149,000원 / 2016년 146,000원 / 2017년 156,000원 / 현재 115,500원이다. 무려 9년 전의 주가 수준으로 회귀해 버린 것.

 

시장에서 소비자가 보는 브랜드의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싼 가격으로 매출을 늘리는 것은 쉽지만 싼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는 어렵다. 싸다는 장점이 사라지면 너무도 손쉽게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 하지만 시장이 큰 전환기를 맞으면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신상품에 맞는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애플의 아이폰이다. 아이폰이 생기기 이전, 휴대폰의 대명사는 노키아, 모토롤라와 삼성, 소니, LG 등이었다. '휴대폰의 PC화'라는 대전환기를 맞아 스티브 잡스는 손에 쥐는 PC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선점해 버렸고 이는 스티브 잡스가 죽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삼립과 샤니는 원래 슈퍼에서 파는 값싼 빵을 만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동네 제과점들이 프랜차이즈로 전환되던 시점에 파리바게뜨라는 브랜드를 빅히트시키며 시장을 싹쓸어버렸다.

 

자동차 시장도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 대전환기를 전기차냐? 수소차냐?의 에너지 대전환기로 판단하고 있다면 시장을 잘못본 것, 이번 전환기는 '자동차의 PC화'의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기이다. 에너지를 무엇을 쓰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동차가 하나의 컴퓨터가 되면서 자율적으로 주행을 하는 게 핵심이다. 자율주행이 가능해지면 자동차 안의 공간은 지금처럼 모두 앞을 향할 필요가 없어진다. 외부 디자인과 내부 구조에 제한이 사라지고 컴퓨팅을 어떻게 컨트롤할까 등의 새로운 이슈가 생긴다. 잡스는 터치 스크린이라는 조작법을 전면에 도입했는데 이는 그 조작성의 편리함도 중요하지만 이전에 없던 세련되고 새로운 조작법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점이 더 중요했다. 아이폰의 탄생과 함께, 세상은 '이미' 아이폰을 쓰는 인류와 '아직' 아이폰을 쓰지 않는 인류로 구분된 것이다.

 

모든 자동차 기업들의 고민도 바로 이것이다.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된 이후, 어떻게 이미 자사의 제품을 쓰는 인류와 아직 그렇지 않은 인류로 구분할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즉, 어떻게 자동차의 아이폰이 될까?

 

스티브 잡스는 항상 브랜드를 중요시했고 시대를 앞서가는 이미지를 브랜드에 투영시키고자 했다. 그러려면 그 이미지에 맞는 기술력과 디자인이 필수적이었다. 이전에 없었고 심플하지만 세련되고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그것이 무엇일까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고 뛰어난 디자이너에 대해 파격 대우를 했다. 현대 사회에 이르러 자기 분야에 뛰어난 1인의 가치는 시스템을 압도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이에 대한 경험이 있다. 고무적인 것은 정의선 총괄 부회장이 인재 영입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기아차 사장이던 2006년 피터 슈라이어를 삼고초려 끝에 영입해 K5의 성공을 주도했고 이후 알버트 비어만, 루크 동커볼케 등 글로벌 인재들을 영입했다. 이러한 인재들을 영입하고 R&D 투자를 늘려서 미래에 대비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재 영입이 쉽지 않다는 점 또한 경험했을 것이다. 훌륭한 인재들은 보수는 물론, 사회적 인프라과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환경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현대차의 남양연구소는 화성에 있는데 과연 화성이 우수한 인재를 영입하는 데에 최적화된 지역일까?

 

미국 금융업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들은 뉴욕 맨해튼에 모여들고 IT 분야의 가장 뛰어난 인재들이 실리콘밸리에 모여들듯, 한국의 인재들이 화성에 몰려들까? 현대차가 있고 삼성전자가 있기 때문에? 이 질문은 생산기지에 대한 질문이 아니다. 생산기지는 생산시설을 위한 넓은 부지가 필수적이지만 R&D 센터는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지방 분권화를 통해 서울에만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하지만, 서울에 있는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우수한 인재들은 이직이나 부서 이동 등 서울에 있을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까? 그런 현상이 가속화되면 결국 그 기업에는 지방으로 이전해도 이직 등을 통해 서울에 남을 능력이 없는 인력들만 남게 될 것이다.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은 글로벌 우수 인재 영입을 시도하며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많이 경험하지 않았을까? 현대차는 현재 양재동에 본사가 있고 화성 남양에 R&D 센터가 있다. 삼성동 코엑스 맞은 편 부지에 본사가 위치하게 되면 양재동 본사는 R&D 센터로 활용이 가능하다. 당국은 양재동 일대를 R&D 조성 계획의 일환으로 기업이 R&D 센터를 지을 경우, 세제, 용적률 등의 여러가지 혜택을 주고 있다. 삼성동의 넓은 부지를 감안할 때, 아예 R&D 센터를 삼성동 본사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10조 5천억. 어마어마한 돈이다. 예정가격이 3.3조였고 시장에서 예상한 낙찰 예상가는 5조원 정도였기 때문에 5조원 정도를 오버페이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현대차가 대전환기 이후 PC가 된 자동차의 새로운 시장에서 애플이 될 수 있다면 과연 5조원이 큰 돈일까? 최근 5년간 독/일과 중국 사이에 끼면서 날려먹은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25조원이 넘는다. 여기에 모비스와 기아차를 더하면?

 

최근 미국 인수합병 시장에서 제일 유행하는 단어 중 하나가 어크-하이어이다. 어크하이어는 acquire와 hire의 합성어로 타 기업이 보유한 인재를 고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업 인수를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구글은 공동창업자 두 명이 전부인 신생기업 닷지볼을 인수하며 3천만 달러를 지불한데이어 웹 기반 통합 메신저 서비스 미보를 1억달러에 인수하며 미보의 프로덕트 팀을 구글플러스 사업팀에 배치했고 영국의 AI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4억불에 인수하여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3명을 영입하였다. 애플도 AI 스타트업 래티스 데이터를 인수하며 2억불을 지불했는데 래티스 데이터의 직원은 20명.

 

어크하이어 전략은 IT 업계를 너머 다른 업계로 번져나가는 추세이다. 유통 공룡 월마트는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제트닷컴을 33억불에 인수했다. 월마트는 제트닷컴의 인재풀과 온라인 유통 노하우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블룸버그는 이를 '거대한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8204640&memberNo=30786399&vType=VERTICAL

 

월마트가 유통 공룡이라면 현대차는 대표적인 제조업이다. 기존 제조업에 디자인 인력, 에너지(전기차, 수소차) 관련 인력 뿐만 아니라 IT로의 거대한 전환을 준비해야 하고 이들을 융합해 나가야 한다. 만일 남양연구소에 그들을 영입할 만한 인프라를 모두 갖추려면 (자녀들의 교육, 가족들의 쇼핑, 거주, 그리고 공항과 철도에 연결되는 교통 인프라 등) 얼마의 비용이 발생할까? 아니 돈을 들이면 그런 인프라를 갖추는 게 가능하기는 할까?

 

현대차의 한전 부지 인수는 전통적인 기업의 투자라고 보기 힘든 과감하고도 트렌디한 혁신적인 선택이었다고 평가한다. 이를 단순한 부동산 투기로 평가하는 것은 현대차에게 너무 억울한 일이 아닐까 한다. 훗날 현대차가 대전환기를 통해 레벨 업에 성공한다면 그 시작점은 한전 부지 인수일 것이다.

 

 

 

PS)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아 국가 경제가 이 모양이라는 정부는 왜 현대차의 투자에 대한 세금은 받아놓고 건축 허가는 미루는 걸까? 과감한 투자에 앞장선 기업이 이런 고초를 겪고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느냐고 이기적이라 공격하는 건 너무 이중적인 행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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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의 수와 속도가 현격하게 줄어들면서였다. 글을 시작해도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자, 아예 글을 시작하지 않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글을 쓰고 싶은 순간은 꽤 빈번하게 다가온다. 재미있는 것은 이성적인 일보다 감성적인 일에 글쓰기의 원의가 솟구친다는 사실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심장이 시킨 일에 두뇌를 쓴다는 사실이고...

 

이 드라마의 제목은 미스터 션샤인이다. 그리 어려운 단어가 아닌데 미스터가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한참을 굿모닝 션샤인? 아닌데... 굿바이 션샤인? 아닌데... 그거 뭐였지? 션샤인? 아 미스터 션샤인...을 무수히 반복했다. 그의 이름이 미스터 션샤인 일 수 밖에 없었던 사실을 아는 것도 머리이고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머리이니 이또한 역사의 아이러니인가?

 

대개의 경우, 제목은 극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김은숙 작가처럼 작은 소재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여 소재 간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스타일에게는 큰 뜻 없는 단어의 조합으로 제목을 짓는 일이 훨씬 더 감내하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극이 끝나고 나서 사람들이 아... 그래서... 미스터 션샤인이구나... 해야 성이 찰 것.

 

미스터 션샤인은 유진 초이를 말한다. 유진 초이가 극의 중심인물인가? 그렇다. 그러나 유진 초이가 스스로를 미스터 션샤인이라 부르는 것은 아니다. 그럼 누가 유진 초이를 두고 미스터 션샤인이라 칭하는가? 고애신. 그녀이다. 조부는 고종의 스승이자 존경받는 선비, 친부모는 일본에서 항일운동을 하다가 죽음을 당한다. 태평성대였다면 행복의 모든 조건을 다 갖춘 그녀였을 것이나 운명은 그녀를 어둠으로 내몰았다. 그녀는 총을 들고 어둠 속을 헤치는 스나이퍼. 그러나 어둠이 없었다면 빛이 밝은지도 몰랐을터.

 

 

<2>

 

저마다 긍정적, 부정적인 프레임을 씌워 이미지화 하는 이유로 긍정적 이미지를 갖는 단어들은 종종 비슷한 선상에 놓이곤 하는데 사실 균형은 정의와 동일선상에 있는 단어가 아니다. 균형은 정의일수도, 부정의일수도 있지만 동시에 정의가 아닐 수도, 부정의가 아닐 수도 있다. 사회는 항상 균형을 추구하는데 그 균형은 선악의 개념이 아니다.

 

조선은 유교 질서가 지배하는 국가였다. 유교 질서 아래에서 오랜 시간동안 나름의 균형이 존재하는 국가였고 그 균형을 놓고 21세기에 가치 판단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판단이 아닌 이해가 필요한 대목. 어떤 균형이든 한 번 흔들리면 새로운 균형을 찾을 때까지 사회는 혼란을 맞는다. 모든 새로운 균형은 기존의 질서와의 결별을 주창하나 그 말 조차 '기존의 질서'라는 표현에서 시작한다. 즉 새로운 균형은 기존의 질서와 새로운 시대를 모두 포함한 말인 것이다.

 

고애신은 단순한 여인이 아니다. 구시대의 주도층인 양가집 사람인 동시에, 구시대였으면 조용히 난이나 쳤을 계집의 신분이다. 시대가 크게 요동치자 그녀는 구시대와 새시대, 주류와 비주류를 동시에 품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된다. 김희성, 유진초이, 구동매는 저마다의 이유로 새시대를 열기 적합하지 않은 인물들이다. 김희성은 새로운 균형을 위해 제거되어야 하는 주류 of 주류 중 하나이며 유진초이와 구동매는 살기 위해 국가를 등질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을 갖고 있으니 구시대의 균형을 흔들 수는 있되, 새시대를 열기 위한 대중의 공감을 받기는 어렵다.

 

고사홍, 황은산, 쿠도 히나 모두 마찬가지. 이유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존의 질서와 새로운 시대를 모두 포함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인물들이다. 애초에 고애신은 독보적인 인물이다. 주류이나 주류이지 않고 약하나 약하지 않은 인물. 브레이브 하트를 보라. 프리덤은 윌리엄 왈레스(맬 깁슨)이 외치지만, 그의 사후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이뤄내는 것은 로버트 1세였다.

 

극중 고애신이 갖는 의미는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 극중에서 고애신이 불리는 이름이 애기씨인데 여기에서 씨는 씨앗의 씨가 아니고 氏이다. 여기에서 氏는 친절한 금자씨의 씨가 아니다. 현대의 氏는 뭔가 낮춰부르는 느낌이 있지만 옛날 氏는 높임말이었다. 인터넷에서 '님'에 대한 뜻이 기존의 높임말에서 조금씩 까대는 말로 변질되고 있는데 氏 또한 시대를 거치며 그 의미가 변질되었다. 즉, 아가씨를 요즘 말로 하면 아기님, 높은 분이 되실 아기라 하겠다.

 

즉 고애신은 새로운 시대를 의미함과 동시에 지금은 망해없어지지만 언젠가 다시 내 눈 앞에 나타날 조국을 의미한다. 혹자는 고애신 일병 구하기 아니냐고 비아냥 대지만, 고애신은 일병이 아니라 조국 자체이다. 고애신이 죽으면 모두 끝인데 모두가 고애신을 구할 수 밖에......

 

 

<3>

 

마찬가지 관점에서 구동매와 유진초이가 보이는 고애신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 또한 조국에 대한 애정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가장 대표적으로 천대받고 괄시받던 계급 출신이다. 구동매는 백정, 유진초이는 노비 출신인데 둘 다 자신을 버린 조국을 등지고 천신만고 끝에 미국, 일본이라는 다른 나라의 옷을 입고 조국에 돌아온 인물들이다. 다른 나라의 옷을 입고 나 또한 조국을 버렸다고 생각했으나 고애신을 마주한 순간, 자신들이 얼마나 고애신, 즉 조국의 사랑을 갈구했는지 알게 된다.

 

과거에 그랬듯, 현재에도, 미래에도 그 사랑을 받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알면서도 그 사랑을 향해 갈 수 밖에 없는 운명임을 깨닫고 새 옷을 벗어던지는 이들. 이제 그들은 애신에 대한 사랑을 숨기지 않는다.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 이뤄내지 못하는 것과는 별개로 내가 가야 하는 길, 그 길이 나의 운명임을 각자 깨달아 가는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을 우리는 운명이라고 부르지...

 

원래 조국(고애신)을 지켜오던 고사홍은 스스로 자신을 지키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나, 그조차 여의치 않음을 깨닫고 미국의 옷을 입은 유진초이와 일본의 옷을 입은 구동매에게 조국을 부탁하고 눈을 감는다. 유진초이는 '이건 나의 히스토리이자 나의 러브스토리'라고 말하며 죽음으로 자신을 내던진다. 그것이 바로 유진초이의 운명.

 

조국은 그들이 최유진, 구동매, 이양화였던 시절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그저 '복에 겨운 양반 계집애' 였을 뿐었다. 하지만 조국이 모르는 긴 세월동안 그들은 최유진, 구동매, 이양화로 태어났고 최유진, 구동매, 이양화인채 조국에게 버림받았으며 유진초이, 이시다 쇼, 쿠도 히나가 되자 조국의 관심을 다시 받게된 것이다.

 

그들은 조국을 등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조국으로부터 진정 듣고 싶어했던 이름은 최유진, 구동매, 이양화였다. 구동매를 이시다 쇼로 부른 사람들은 구동매의 칼에 죽음을 면치 못했고 쿠도 히나 또한 마지막에는 이양화라는 이름으로 불리운다. 그리고 마침내 총에 맞고 멀어지는 유진초이에게 조국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다.

 

최~유~진~~~

 

 

<4>

 

미스터 션샤인.

 

우리말로 하면 빛 선생 정도될까? 미스터는 호칭이니 빛 정도 되겠다. 빛이 의미하는 건 절망보다는 희망이겠지. 깊은 어둠 중에 있는 조국, 고애신의 관점에서 가장 갈구하는 것은 빛과 희망이다. 그러나 그 희망의 빛이 어느 곳에 있는지 조국은 스스로 알지 못한다. 초가 불을 밝히려면 자기 몸을 태워야 하는데 조국은 자기 몸을 태워 불을 밝히라 지시하지도 않은채 빛을 찾고 찾고 또 찾는다. 그것은 역사의 운명은 빛을 찾아 나아가는 것이기 때문.

 

그러니 초가 알아서 자기의 몸을 태워 불을 밝힐 수 밖에... 그렇게 스스로를 태우는 이들이 모이고 모여 빛이 된다. 이름 없이 자기자신을 태운 이들을 가리켜 의병이라 하니 이 드라마는 결국 의병에 대한 드라마이다. 빛 선생, 빛 씨 자체가 의병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결국 미스터 션샤인은 이름이 있으되, 그 이름으로 불리지도 못 했고 그 이름으로 불리지도 못했던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태워 조국을 지키고자 했던 의병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가 불리고자 했던 이름은 미스터 션샤인이 아니라 최유진이었고 그의 죽음은 슬프지만 받아들여야 할 초의 운명이었음을 감안하면 그의 죽음을 통해 조국이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으니 미스터 션샤인은 결국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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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CC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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